기계식 키보드 종착지는 결국 갈축? 갈축이 사랑받는 진짜 이유와 브랜드별 차이, 윤활 팁까지 총정리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려는 분들이나, 이미 여러 대의 키보드를 거쳐 간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끊이지 않는 논쟁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어떤 축이 최고의 경험을 주는가?”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실패 없는 선택’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갈축’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도대체 갈축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국민 스위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을까요? 오늘은 단순한 소개를 넘어, 갈축의 기술적 작동 원리부터 장단점, 브랜드별 미묘한 타건감의 차이, 그리고 더 나은 타건음을 위한 관리법까지 아주 상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글 하나만 읽으시면 갈축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실 겁니다.

1. 갈축이란 무엇인가? : 기술적 정의와 작동 원리

흔히 ‘갈축’이라고 부르는 이 스위치의 정식 명칭은 ‘넌클릭’ 또는 ‘택타일(‘ 스위치입니다. 독일의 체리(Cherry) 사가 개발한 스위치 색상이 갈색이었기 때문에 편의상 갈축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1) 넌클릭의 핵심: ‘구분감’

갈축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꼽자면 바로 **’구분감(Tactile Bump)’**입니다. 스위치를 누르면 키가 바닥에 닿기 전, 중간 지점에서 손끝에 무언가 ‘톡’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 느낌은 스위치 내부 슬라이더(Stem)의 다리 부분에 튀어나온 돌기가 접점 부(Leaf)를 밀어내면서 발생합니다.

이 미세한 걸림 덕분에 사용자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손끝의 감각만으로 “아, 키가 입력되었구나”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고속 타이핑 시 오타를 줄여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청축과의 결정적 차이: 소음

많은 분이 갈축을 “소리 없는 청축”이라고 표현합니다. 청축은 클릭 재킷(Click Jacket)이라는 별도의 부품이 내부에서 충돌하며 인위적인 “찰칵” 소리를 내지만, 갈축은 이 부품이 없습니다. 오로지 걸리는 느낌(촉각)만 남겨두고 소음을 유발하는 요소는 제거했기 때문에, 기계식 특유의 손맛은 유지하면서도 소음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2. 청축 vs 적축 vs 갈축 : 나에게 맞는 스위치는?

갈축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경쟁자들과의 비교가 필수적입니다. 스위치 선택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3대 스위치를 완벽하게 비교해 드립니다.

• 청축
  • 특징: 타자기처럼 “찰칵! 찰칵!” 하는 크고 경쾌한 소음이 납니다. 걸리는 느낌이 가장 강합니다.
  • 추천: 혼자 쓰는 방, PC방, 타건의 재미가 최우선인 게이머.
  • 비추천: 사무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 밤에 게임을 하는 올빼미족.

• 적축
  • 특징: 걸리는 느낌 없이 바닥까지 쑥 내려갑니다. 소음이 가장 적고 부드럽습니다.
  • 추천: 손가락 힘이 약한 분, 반응 속도가 중요한 FPS 게이머, 조용한 환경.
  • 비추천: 키보드를 치는 ‘손맛’을 느끼고 싶은 분, 손을 올려두기만 해도 입력되는 오타가 싫은 분.
• 갈축
  • 특징: 청축의 재미와 적축의 부드러움을 50:50으로 섞었습니다. “도각도각”, “서걱서걱” 하는 중독성 있는 소리를 냅니다.
  • 추천: 입문자, 게임과 문서 작업을 병행하는 분, 적당한 소음과 재미를 모두 잡고 싶은 분.

갈축의 실제 타건음을 들어보세요!

3. 왜 사람들은 갈축에 열광하는가?

수많은 커스텀 키보드 마니아들이 결국 갈축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① 어떤 상황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능

갈축은 **’육각형 스위치’**라고 불립니다. 게임이면 게임, 타이핑이면 타이핑,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같은 게임을 할 때 스킬이 정확히 나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적축은 느낌이 없어 헷갈릴 때가 있고 청축은 너무 시끄러워 디스코드 팀원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습니다. 이때 갈축은 정확한 입력 피드백과 적절한 정숙성을 동시에 제공하여 완벽한 절충안이 됩니다.

② 장시간 타이핑에도 편안한 피로도

일반적인 체리 갈축의 키압은 약 45g(동작압)에서 55g(최대압) 사이입니다. 이는 손가락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키보드를 누르는 맛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압력입니다.

반발력이 너무 강한 흑축이나, 걸림이 너무 강한 일부 특수 스위치들은 1시간만 타이핑해도 손가락 관절이 뻐근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갈축의 부드러운 걸림은 리듬감을 만들어주어 오히려 장시간 타이핑을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작가나 개발자들이 갈축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③ 사무실 사용 가능성

“기계식 키보드를 사무실에서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갈축은 “네, 하지만 조심스럽게”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청축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갈축은 일명 ‘구름 타법(키를 바닥까지 세게 치지 않고 살살 치는 타법)’을 익힌다면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소음만 발생합니다. 파티션이 있는 사무실이나 약간의 백색 소음이 있는 환경이라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갈축의 치명적 단점과 ‘서걱임’ 이슈

완벽해 보이는 갈축에도 분명한 단점이 존재하며, 이를 미리 알고 구매해야 후회를 막을 수 있습니다.

①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함”

갈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갈축을 **’모래 낀 적축’**이라고 비하합니다. 청축처럼 시원하지도 않고, 적축처럼 매끄럽지도 않아서 마치 키보드 사이에 모래알이 낀 것처럼 서걱거리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강력하고 확실한 자극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갈축은 그저 밍밍하고 심심한 스위치일 뿐입니다.

② 불쾌한 서걱임

스위치 내부의 플라스틱(슬라이더와 하우징)이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스걱스걱’ 소리는 갈축의 종특(고유한 특징)이자 단점입니다. 특히 저가형 키보드에 들어가는 갈축은 이 마찰음이 심해서 칠판 긁는 소리처럼 거슬릴 수 있습니다. 예민한 귀를 가진 사용자라면 순정 상태의 갈축을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5. 제조사별 갈축 비교: 체리 vs 게이트론 vs 카일

같은 ‘갈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제조사마다 느낌이 천차만별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보세요.

1. 체리 :
   • 특징: 갈축의 원조이자 표준입니다.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고 걸림이 적당합니다. 다만, 최근 생산분은 스프링 소리가 좀 나거나 서걱임이 있다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가장 무난하고 실패 없는 선택입니다.
2. 게이트론 :
   • 특징: 체리보다 더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서걱임이 덜하고 매끄러운 느낌이 강해서 일명 ‘버터 같은 타건감’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인기입니다. 가성비가 매우 훌륭합니다.
3. 카일 :
   • 특징: ‘박스축’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사용하여 방수 방진에 강합니다. 체리보다 걸리는 느낌이 조금 더 뚜렷하고 정갈한 소리를 냅니다. 키캡 흔들림이 적어 안정적인 타건이 가능합니다.

6. 갈축을 200% 즐기는 꿀팁: 윤활

만약 갈축을 샀는데 “서걱임이 너무 심하다”거나 “스프링 소리가 팅팅거린다”면, ‘윤활’ 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키보드로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 스위치 윤활: 슬라이더의 마찰면에 ‘트라이보시스 3203’이나 ‘크라이톡스 205g0’ 같은 윤활제를 얇게 펴 바릅니다. 이렇게 하면 거친 서걱임이 사라지고, ‘도각도각’거리는 맑은 조약돌 부딪히는 소리만 남게 됩니다. (주의: 갈축의 돌기 부분에 윤활제를 너무 많이 바르면 걸리는 느낌이 사라져 적축처럼 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스태빌라이저 윤활: 스페이스바나 엔터키 같은 긴 키에서 찰찰거리는 철심 소리가 난다면, 철심 끝부분에 ‘퍼마텍스’ 같은 구리스를 발라주세요. 잡소리가 사라져 훨씬 고급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7. 결론: 당신의 첫 번째 기계식 키보드, 갈축이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갈축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키보드 커뮤니티에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키보드 방황의 끝은 갈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갈축은 질리지 않는 편안함과 기계식 본연의 즐거움을 가장 오랫동안 제공해 주는 스위치입니다.

아직도 고민이 되시나요?

• “나는 기계식 키보드가 처음이다.” ▶ 갈축을 사세요.
• “게임도 하고 일도 해야 하는데 키보드를 두 개 살 돈은 없다.” ▶ 갈축이 정답입니다.
• “청축은 시끄러워서 등짝 맞을 것 같고, 적축은 심심해서 싫다.”▶ 무조건 갈축입니다.

여러분의 책상 위에서 “도각도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업무 능률과 게임 승률을 동시에 올려줄 파트너, 지금 바로 갈축 키보드를 선택해 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