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축 완벽가이드

청축 키보드 완벽 가이드: 찰칵거리는 타건감의 매력과 치명적인 단점 (기계식 입문)

기계식 키보드의 상징 청축(Blue Switch)의 작동 원리부터 체리·오테뮤·카일축의 차이점, 게임 장르별 유불리까지 심층 분석합니다. 시끄러운 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청축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해보세요.

PC방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소리, “찰칵찰칵” 울려 퍼지는 그 경쾌한 소음을 기억하시나요?
혹은 영화 속 천재 해커가 무언가를 입력할 때 나는 시원시원한 타건음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 다룰 청축입니다.


기계식 키보드라는 카테고리를 대중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입문용 스위치’이자,
동시에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애증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기계식은 원래 소리가 나는 거지!”라며 덜컥 청축을 구매했다가, 밤마다 들려오는 가족들의 원성이나 디스코드 너머 친구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못 이겨 중고 장터로 방출하곤 합니다.

오늘은 단순히 “소리가 크다”는 특징을 넘어, 청축이 도대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길래 그런 소리가 나는지,
그리고 어떤 사용자에게는 최고의 무기가 되고 어떤 사용자에게는 최악의 소음 공해가 되는지 아주 상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청축의 작동 원리: 왜 ‘찰칵’ 소리가 날까?

청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위치 내부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흔히 적축이나 갈축은 슬라이더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지만, 청축은 ‘클릭(Clicky)’ 타입답게 독특한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키를 누르면 스위치 내부의 파란색 십자 스템이 내려가는데,
이때 스템에 걸려 있던 ‘하얀색 플라스틱 구조물(클릭 재킷)‘이 스프링의 반발력을 이기고 바닥으로
“탁!” 하고 강하게 튕겨져 내려갑니다. 이 플라스틱이 바닥을 때리면서 우리가 듣는 그 날카롭고 명쾌한 ‘찰칵’ 소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물리적인 타격 과정 덕분에 청축은 사용자에게 두 가지 확실한 피드백을 줍니다.
귀로 들리는 ‘청각적 피드백’과 손끝에서 “딸깍” 하고 걸리는 ‘촉각적 피드백(구분감)’입니다.
내가 키를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손과 귀가 먼저 알게 되는 것이죠.

청축 소리 들어보기 ( 8초 )

2. 게이머들이 청축에 열광하는 이유 (장점)

그렇다면 왜 여전히 많은 게이머, 특히 입문자들은 시끄러운 청축을 선택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리듬감’과 ‘확실한 입력 신호*입니다.

청축의 키압은 보통 50g~60g 정도로, 적축(45g)보다 다소 무겁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밋밋하게 쑥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걸리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실수로 키를 스치듯 눌렀을 때 입력이 되는 오입력(오타)을 방지해 줍니다.
정확하게 꾹 눌러야만 입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은 RTS(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리듬 게임(DJMAX 등) 유저들에게 큰 장점이 됩니다.
스킬을 쓰거나 노트를 칠 때 박자에 맞춰 딱딱 떨어지는 타건음은 게임의 몰입도를 극대화해 줍니다.
“내가 지금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손끝으로 전달받는 것이죠. 문서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루한 타이핑 작업이 마치 타자기를 치는 듯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변하며 묘한 쾌감을 줍니다.

3. 구조적 한계와 치명적인 단점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입니다.
청축은 명확한 장점만큼이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소음’입니다. 이 소음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고음역대의 날카로운 쇳소리와 플라스틱 마찰음이 섞여 있어 방문을 닫아도 거실까지 소리가 새어 나갑니다.
늦은 밤 몰래 게임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보이스 채팅 중에는 “키보드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입니다.

“만약 청축의 타건감은 좋지만 책상이 울리는 소음이 신경 쓰인다면, 두툼한 장패드를 깔아 진동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장패드 추천 바로보기!

두 번째는 ‘반응 속도와 연타’ 문제입니다. 전문 용어로 ‘히스테리시스(Hysteresis)’라고 하는데, 청축은 구조적으로 키가 입력되는 지점과 다시 입력 가능 상태로 복구(리셋)되는 지점이 다릅니다. 한번 “찰칵” 하고 눌린 키를 다시 입력하려면, 걸쇠가 걸리는 지점 위로 완전히 떼어냈다가 다시 눌러야 합니다.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반동 제어‘나 ‘브레이킹’처럼 순간적으로 미세하게 연타를 해야 하는 정통 FPS(발로란트, 카스 글옵) 게임에서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0.1초가 급한 순간에 물리적인 걸림이 방해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 프로 게이머들은 청축보다는 입력 지점이 얕고 빠른 ‘은축(스피드축)’이나 ‘래피드 트리거’ 키보드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4. 브랜드별 청축의 맛 차이 (체리 vs 오테뮤 vs 카일)

청축 이미지 입니다.

“청축은 다 똑같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조사별로 그 맛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체리 MX 청축 (Cherry MX Blue): 기계식의 원조이자 표준입니다. 소리가 너무 날카롭지 않고, “짤깍”보다는 “철컥”에 가까운 단단하고 정갈한 소리를 냅니다. 내구성이 가장 좋고 편차가 적어 실패 없는 선택지입니다.

오테뮤 청축 (Outemu Blue): 보급형 저가 키보드나 PC방 키보드에 주로 들어갑니다. 체리보다 소리가 훨씬 크고 피치가 높습니다. “챙챙”거리는 쇳소리가 섞여 있어 아주 자극적입니다. 시끄러운 걸 즐기는 분들에게는 가성비 최고지만, 귀가 쉽게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카일 박스 백축 (Kailh Box White): 이름은 백축이지만 청축 계열의 클릭 스위치입니다. 기존 청축처럼 플라스틱을 때리는 게 아니라, **’클릭 바(Click Bar)’**라는 얇은 철사를 튕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볼펜을 똑딱거리는 듯한 아주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며, 걸림이 부드러워 최근 매니아들 사이에서 ‘고급 청축’의 대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5. 청축은 윤활을 해도 될까?

기계식 키보드 커스텀의 꽃은 ‘윤활(Lube)’이라지만, 청축만큼은 윤활을 비추천합니다.

스위치 내부에 오일이나 구리스를 바르면 마찰이 줄어들어 부드러워지지만, 청축의 생명인 ‘클릭음’을 죽여버리기 때문입니다. 윤활액이 클릭 구조물에 묻으면 찰칵거리는 소리가 눅눅한 찌걱임으로 변해버려, 청축도 아니고 적축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키감이 되어버립니다. 청축은 순정 상태 그대로의 날 것 같은 소리를 즐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6. 결론: 사무실은 절대 금지,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자

정리하자면 청축은 ‘혼자 사는 게이머’ 혹은 ‘소음 눈치를 볼 필요 없는 환경‘에 있는 분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이 될 수 있습니다. 타건하는 재미만큼은 그 어떤 고가의 특수 스위치도 청축을 따라오기 힘듭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청축을 쓰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저소음 청축”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있어도, 클릭 스위치의 태생적 소음은 막을 수 없습니다. 주변 동료와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공용 공간에서는 갈축이나 저소음 적축을 선택하시고, 청축은 집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로 마음껏 두드리시길 바랍니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